[영재교과 어떤 내용 실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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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초등 영재학교.학급의 영어과목 첫장은 영자신문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먼저 영자신문 1면을 놓고 신문 구성을 익힌다.

이어 마음에 드는 기사를 골라 읽고 '어떤 섹션이 가장 재미있다' 고 영어로 설명한다.

중학 영재의 수학시간은 자.컴퍼스와 필기도구만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첫장은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 소피스트들이 고민했던 '3대 작도(作圖) 문제' 를 다룬다.

학생들이 자.컴퍼스 같은 도구들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처럼 영재학생들을 위한 학습교재는 철저히 활동 위주로 짜여 있다.

단어 암기.문장 해석.문제 풀이 등 구태의연한 공부 방식은 찾아볼 수 없다.

◇ 시작은 흥미 유발〓모든 과목이 영재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서 출발한다. 중학 과학과목에서는 교사의 흥미 유발 역할이 중요하다.

"여러분 몸에 들어 있는 어떤 원소는 할아버지 몸에 있었던 원소의 할아버지입니다. "

교사용 지도서는 우주의 태초에 빅뱅(대폭발)과 함께 우주 내 모든 수소가 만들어졌고, 탄소.산소와 같은 원소는 수억년 뒤 별들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영재 학생에게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수업을 시작하도록 권한다.

◇ 유머도 공부〓초등 국어시간엔 유머도 배운다. 언더우드 목사가 신도들이 모두 떠나고 자신의 가족 세명만 남은 젊은 목사에게 농담을 건네는 장면이다.

"목사님은 희망이 있습니다. 지금 세명밖에 없으니 더 줄어들리는 없고, 오직 늘어날 일만 남았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

유머를 통해 틀에 박힌 생각을 깨뜨리게 도움을 주는 한편 '사오정 스토리' 와 같은 말장난도 '즐거운 말놀이' 로 가르친다.

◇ 공부는 또 다른 놀이〓초등 수학에서는 '목동이 양떼에게 물을 먹이고 집에 귀가하는 지름길' 이라는 동화 문제를 내고 선(線)대칭의 성질을 가르친다.

중학교 과학시간엔 '랜더' 라는 게임 프로그램을 PC에서 내려받도록 한 로켓의 낙하속도와 중력의 크기 등을 직접 그래프에 적도록 한다.

중학 국어에서는 광고 문안 제작을 통해 영재의 창의적인 표현력을 길러준다.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먼저 흥미와 관심을 끌고, 사고하고 느끼는 과정을 거쳐 개인별 또는 집단별로 전문적인 연구.작품 활동을 수행하도록 교과서를 집필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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