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주민등록 무적자 구제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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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주의 중앙일보 기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민등록 무적자에 관한 것이었다.

월요일 1면에 나온 "주민등록 무적자 64만명" (1월 29일자) 기사는 우리 국민의 1.5%가 주민등록이 없음을 보도해 상당히 충격을 주었다.

기사 첫 머리에 지적한대로 주민등록 말소자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전혀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므로 심각한 사회문제다.

단순한 사실 보도에 그치지 않고, 같은 날 9면에 "주민등록 없는 64만명 어떤 대접을 받나" "어쩌다 무적자 되나" "대책은 없나" 등의 기사를 실어 주민등록 무적자의 어려움, 무적자가 되는 이유와 과정, 그리고 무적자를 줄일 대책 등을 깊이 있게 다룬 것은 적절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소외집단이 늘고 있는데 중앙일보가 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화요일 "주민등록 무적자 구제" (1월 30일자) 기사는 행정자치부에서 무적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등록시키겠다는 계획을 보도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 대책으로 만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날의 "대책은 없나" 기사는 이미 그 계획이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빚에 몰려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에게는 재등록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므로 빚에 대한 대책이 선행해야 하고, 주민등록을 할 수 있는 임시 주소지를 인정해줘야 하며, 빈곤층에는 재등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심층 기획취재의 장점이 돋보이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행자부의 대책을 그대로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대책의 단순함과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무적 노숙자에 '제2의 출생신고' 동대문서 최영근 경사" (1월 31일자) 기사는 주민등록 무적자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그들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공무원들이 있음을 보여줘 사회의 훈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증가하는 무적자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의약분업 6개월 현장 점검" 시리즈 기사도 눈에 띈다.

지난해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혼란을 겪으며 의약분업이 시행됐는데 그것이 과연 잘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허위 처방전 실태" (1월 30일자) "교묘해진 담합 실태" (1월 31일자) "약제비.항생제 증가" (2월 1일자) 등 상.중.하로 나누어 보도된 기사는 의약분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나 문제점을 짚어냈고 현실의 구체적 사례를 예시해서 좋았다.

의약분업이 애초의 의도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당분간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역시 언론의 밀착된 감시가 요구되는 분야다.

의약분업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데 자칫 위의 기사들이 의약분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의약분업 긍정 측면, 아프면 병원부터" (2월 1일자)는 의약분업에 대한 인식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사였다.

그러나 항생제와 주사제의 증감 추세에 대해 "약제비.항생제 증가" 기사와 "아프면 병원부터" 기사가 다소 엇갈리는 보도를 하는 듯해 사실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어떤 이슈에 대해 피상적으로 보도한 뒤 곧 다른 이슈로 관심을 옮긴다는 점이 자주 언론의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주에 중앙일보에서 위의 두 문제에 대한 심층 기획기사를 며칠에 걸쳐 연재한 것은 그런 점을 개선한 것으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柳春烈 (국민대교수.언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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