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개미떠나고 기관은 구경…2차랠리 외국인 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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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소문(기대)에 사고 뉴스에 팔라' 는 증시 격언이 다시 한번 들어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주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금리를 0.5%포인트 내렸지만 주가는 이내 하락세로 기울고 말았다. 미국이 그랬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지난주 한때 종합지수가 620선을 되밟기도 했으나 주식을 팔 기회였던 셈이다. 문제는 FRB의 금리인하라는 대형 재료가 일단 사라진 뒤 미국이나 우리 증시 모두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경제의 펀더멘털을 제처둔 유동성 장세의 한계가 점차 노출되는 형국이다. 경기의 바닥 시점을 아직 가늠하기 힘들고, 기업들의 실적은 점점 더 나빠지는 현실이 다시 부각되지 않을까 시장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주말 기업실적 악화 우려감으로 4.4%나 급락했다. 국내 증시는 그나마 한국은행이 오는 8일 콜금리를 내릴 것이란 재료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콜금리는 미국 연방기금 금리와 달리 기업투자나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보잘 것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이번 주는 8일의 옵션만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장세의 중심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옵션 만기와 연계된 프로그램 매물로 시장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연초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설 연휴를 고비로 시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지난주 외국인은 5천2백억원의 주식을 샀지만, 고객예탁금은 2천8백억원 줄었다. 개인들이 외국인에 주식을 팔아 다른 주식을 사기보다는 그냥 돈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손발이 묶인 기관은 어차피 이번 장세에서 구경꾼에 불과하다.

결국 연초 랠리의 시작이 그랬듯이 마무리 여부도 외국인 손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 외국인 매매 추이를 어느 때보다 유심히 관찰하며 현금 보유비중을 높여나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

옵션만기 부담을 고려하면 프로그램 매매 관련 대형주보다는 중소형 개별주 중심의 매매가 좋을 것 같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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