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 해외진출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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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그동안 해외에 우리 가요를 소개하는 데는 록밴드들이 앞장섰다.

연주.작곡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 온 결과다. 주주클럽이 대만에서 누리는 지속적인 인기, 크라잉넛.자우림 등이 일본에서 지명도를 높인 것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클론.H.O.T 등 댄스 그룹들이 중국어권에서 누리는 인기도 음악적 성취와는 별개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재기, 올해 일본에 진출할 예정인 들국화가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지도 주목된다.

이상은은 일본에서 세계적 음반회사 도시바EMI와 최근 전속 계약을 체결하는등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주류 가수가 아닌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트로트 계열 가수 가운데는 김연자가 일본에서 중견 가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한국 노래 즉 뽕짝이 아니라 일본말로 부르는 엔카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가요의 해외 진출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아시아권을 벗어나면 진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특히 세계 팝 시장의 주류인 미국 시장에 상륙한 뮤지션은 팁?아무도 없다.

박진영이 해낼 수 있다면 이는 분명히 획기적인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꼽히고 있는 서태지의 경우 아직 해외 진출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지난해 컴백 이후 서태지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대중음악 '생산자' 에서 '수입자' 로 변신했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태지가 데뷔 이후 대중과 평론가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은 외국 음악을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우리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그의 능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살기 시작한 그가 지난해 가지고 돌아온 '울트라맨이야' 등에서는, 핌프록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주류 가수로는 처음 소개했다는 점 외에는 별다른 음악적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소한 한국 가요의 해외 진출이라는 면에서는 서태지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많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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