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젊은 가수들 무분별한 일본 히트곡 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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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요즘 가장 눈에 띄는 뮤직비디오는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 다.

눈 덮인 캐나다를 배경으로, 차승원.신하균.이요원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노래가 일본의 인기 가수 오자키 유타카가 16년 전에 발표한 노래라는 사실을 아는 시청자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역시 일본 가수 하마다 소고의 히트곡을 번안한 '블루 데이' 로 재미를 봤던 포지션이 이번엔 아예 일본 대중가요 10곡을 모은 앨범을 내놓은 것이다.

예전에 히트했던 일본 노래에 우리말 가사만 붙여 부르는 가수는 포지션만이 아니다.

컨츄리 꼬꼬의 히트곡 '오 마이 줄리아' 역시 오래된 일본 노래이며, 김장훈도 새 앨범에 일본 노래를 우리말 가사로 실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일본어로 노래를 부른 앨범은 수입.방송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지침에 따라 일본 히트곡의 국내 유입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인기가 검증됐지만 한국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을 굅?이용하는 것이다.

일본측의 허가를 받고, 번안곡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이상 법적.도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젊은 가수들이 너도 나도 고통스런 창작의 가시밭길 보다는 일본 노래 다시 부르기라는 편한 길로 나서는 것은 분명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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