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통 여성' 위한 여성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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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마침내 여성부가 발족했다.

1실3국의 1백2명으로 출범하는 '미니 행정부' 인 여성부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이어서도, 독일 외의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운 정부조직이어서도 아니다.

'다수' 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와 혜택에 의존해야 하는 '소수' 의 지위를 언젠가 여성 스스로 떨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가 기능해주길 바라는 까닭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여성의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1개 국(局)에서 전담했었다.

그러던 것이 정무(제2)장관실(1989년)을 거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1998년)로 변모를 거듭해 드디어 부(部)로 승격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목소리를 드높여 대세를 이끌어간 여성계와 실무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여성특위의 노고가 크다.

이제 여성부는 어느 한 집단이나 구성원의 것이 아니다. 안으로는 2천3백만 여성들이, 밖으로는 세계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 여성부라는 존재가 필요없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여성부의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통 여성들' 을 위한 여성부가 돼야 한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아픈 상처를 치료하는 여성정책을 펴야 한다.

지나친 이상주의로 현실과 괴리를 넓혀 다수의 여성들에게서 소외되고 소수의 여성에게 환영받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동시에 성차별을 없애도록 한 기존의 법제도를 한시바삐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각 법령에 산재해 있는 성차별적 요소들을 찾아내 이를 시정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법령이 관습의 벽을 넘지 못해 사문화(死文化)한다면 여성의 미래는 조금도 나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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