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적자금 환수노력 강화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적자금의 결정.집행에 이어 사후관리 과정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측은 현재 금융기관 대주주 및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5천3백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이미 5백46억원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예보 주장대로 1심 승소율 76%가 낮은 것은 아니다. 또 소송비 부담에다 전문인력 부족 때문에 우선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것만 소송했으므로 환수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임직원 '과실' 로 인한 손실이 8조1천7백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예보의 환수 노력은 소극적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욱이 공적자금 방출을 시작한 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 객관적인 소송대상과 손해배상 기준조차 못 만든 것은 직무유기다.

내 개인 돈이라면 이렇게 했을까. 열린금고에서 보듯 대주주가 돈을 빼돌려 손실이 생기면 이를 국민 부담인 공적자금으로 메워준 예는 많다.

또 회사는 망해도 정작 손실을 입힌 장본인은 빼돌린 돈으로 잘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자금 환수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우선 소송대상과 배상기준 등 제도적 장치를 빨리, 제대로 만들고 이를 투명하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부실을 끼친 기업 임원에게도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이들의 재산 빼돌리기에 대한 감시와 함께 은닉재산에 대한 추적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 외에 다음달 중 10조~15조원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될 전망이다. 지금처럼 관리가 허술해서야 기존 부실의 환수가 흐지부지되는 것은 물론 추가분까지 부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실의 책임소재를 더욱 분명히 하는 한편 엄중한 환수와 문책이 따라야 한다.

아울러 이런 문제를 광범위하게 파헤치고 개선책을 만들기 위해 여야는 공적자금 청문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