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NMD…이래서 안된다] 1.러시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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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내각은 연일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만들겠다" 고 말한다.

체니 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 "1972년 소련과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국가와의 협정이므로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고 말했다. NMD체제 강행에 러시아.중국,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이 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지 살펴본다.

*** 핵 경쟁시대 다시 온다

현재 세계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핵전쟁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그동안 핵무기 수를 줄이고 사용을 제한하는 일을 함께 해왔다.

이같은 노력의 출발점은 1972년 양국이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이었다.

이 협정은 공격적 핵무기의 증강을 억제하기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막는 전략적 방어체계를 함께 폐지하자는 뜻에서 이뤄졌다.

이 협정을 토대로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Ⅰ, SALTⅡ)을 맺었고 중.단거리 미사일 수를 줄여왔다.

또 전세계적으로 핵무기 실험 제한, 화학무기 제거, 재래식무기 감축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ABM 협정이 현재 전세계 안보 문제에 관한 합의의 출발점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 토대가 무너지면 30년 동안 이뤄온 진전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제 이데올로기에 의한 세계적 대립은 사라졌지만 지역적 갈등.종족 분쟁.국제적 테러위협.조직적 범죄 등으로 국제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태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구촌 전체의 공동의 노력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또 이같은 노력은 주요 국가들이 서로 상대방의 핵무기 전략을 신뢰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ABM 협정을 위반해가며 ABM을 배치함으로써 이같은 흐름을 거스르려고 한다.

러시아와 미국은 이제 적대국가가 아니다. 그리고 양국은 지구촌의 안전을 해치는 모든 위협에 공동으로 노출돼 있다.

두 나라는 이러한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또 한 나라가 이 위협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가 피해를 보아서도 안된다.

미국은 ABM 협정의 기본 사항들은 어기지 않으면서 NMD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 자체가 협정 위반이다.

따라서 협정을 부분적으로 개정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전략적 공격무기를 제한하는 노력을 계속하자는 협정의 취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ABM 협정이 무너지면 군축에 대한 러시아의 의무도 사라진다. 미국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력을 갖추려 한다면 러시아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할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 전략적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유럽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고 결국 핵무기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미국은 '불량국가' 들이 미사일 공격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NMD를 추진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나라는 미사일 위협이 효과가 없으면 다른 파괴적인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미국에 핵무기를 1천5백기로 감축하자고 제안했고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전술적 미사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이 이 비전략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동참하는 것도 환영한다.

우리는 또 한국과 북한의 평화협상을 지지하며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미국이 걱정하는 나라가 줄어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허물려고 한다. 이는 21세기의 민주적 국제 질서를 해치는 것일 뿐더러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정리〓이상언 기자

이 글은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의 NMD 강행 움직임에 대한 반대 논리를 피력한 '포린 어페어스' 2000년 9~10월호 기고문과 최근 NMD관련 의견을 종합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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