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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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대담 무쌍한 유창혁의 노림수

제6보 (97~118)〓백△의 반격수를 던지며 야마다8단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참고도1' 을 보자. 흑이 1로 잡으면 백2로 끊는다.

흑3이 필연일 때 백4, 6 다음 8로 젖히는 수. 바로 이 수가 있어 흑이 귀를 살리면 백은 흑 석점을 잡게 된다.

"이건 백이 이깁니다" 고 해설자 홍태선8단은 말한다.

劉9단은 그러나 97로 잇는 전혀 의외의 코스를 보고 있었다.

98로 하변을 내주는 대신 좌변을 압박하고 상변을 깨뜨린다는 대담무쌍한 구도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목이 유창혁의 비범한 점일 겁니다. 하변은 흑의 주력이고 가장 아끼던 큰 집이라 결코 내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劉9단은 그걸 서슴없이 내주고 있습니다. " (洪8단)

이리하여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났다.

좌변 백이 위험하다는 설이 검토실에 잠시 나돌았지만 劉9단은 109에 두어 순순히 삶을 허락하고 있다.

이 수로 '참고도2' 처럼 잡으러 가도 백엔 8, 10의 비상구가 있어 잡히지 않는다.

118에서 이 대마는 완생. 그렇다면 이 결과는 무엇인가.

하변이 깨진 것이 30집 이상일텐데 흑은 과연 그 대가를 다 받아냈다고 할 수 있을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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