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월]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진정한 21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 1월의 지상백일장 시조를 뽑는다.

심사를 하면서 종래와 조금은 다른 시조, 예컨대 삶의 진솔한 얘기가 담겨 있는 작품은 없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 보았다.

모든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 우리들 삶의 아픔이 배어 있지 않은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해 첫 백일장에서 장원에 오른 이승은씨의 '나머지' 는 앞에 지적한 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작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칫 뒷전으로 밀어놓고 잊어버리기 십상인 하찮은 작은 일에까지도 애정을 불어넣은 작자의 마음이 더없이 따뜻하게 전도되어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머지' 는 그러한 화자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차상에 뽑힌 박용하씨의 '푸르던 푸나무' 도 마찬가지였다.

주위의 아주 미세한 일렁임도 결코 범상하게 보지 않는 눈과 마음의 동요가 바로 시적 긴장이라면, 그러한 자세를 유감없이 도출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은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차하에 호른 김세연씨의 '철새' 는 '갈대로 자라난/그리움은 풀씨 되고/조용한 강 한가운데/앉은 섬만 외롭네' 로 결구한 종장 처리가 아주 돋보였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의 작은 느낌을 잘 갈무리하는 것이 바로 좋은 시를 쓰는 힘이 된다. 좋은 시조 쓰기의 해답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억지나 과장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은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 : 박시교.김영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