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 "숨고르기 위한 일시적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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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초부터 순매수 행진을 거듭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들이 26일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 난 11일 93억원을 순매도한 이후 8일 만이다.

올들어 설 연휴 전까지 2조7천6백억원을 순매수해온 외국인들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8백4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개장 초 잠시 관망세를 보이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차익 매물을 내놓았다.

외국인들이 갑자기 '팔자' 로 돌아선 것은 미국 나스닥 선물시장이 급락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감세 정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단기성 헤지펀드가 차익을 실현한 뒤 빠져나간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숨 고르기를 위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연초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중장기성 자금이며, 과열 양상을 띤 유동성 장세가 조정될 시점에 나스닥 급락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창중 LG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순매도는 나스닥 폭락과 엔화 강세,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 등 단기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 이라며 "세계 각국에 걸쳐 돈이 많이 풀린데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등 장기 재료들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에 짧은 조정을 거친 뒤 외국인의 매수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고 주장했다.

박용선 SK증권 투자정보팀장도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정부의 증시 부양 방침이 뒷받침하고 있어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 며 "최근 장세에서 소외됐던 종목들과 중소형 우량주를 눈여겨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오는 30일 미국의 금리인하 폭이 기대에 못미치면 국내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다음주 중반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이어지긴 하겠지만 강도는 크게 약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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