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학습 놀이] 엄마는 ‘자연놀이 선생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이경은(왼쪽)씨가 노예진(오른쪽)·정현 남매와 눈, 자연물을 이용해 ‘눈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최명헌 기자]

손재현(7)·재민(5) 남매는 레고나 인형놀이보다 꽃목걸이 만들기, 개구리 잡기를 더 좋아한다. 엄마 전분희(37·부산시 기장군)씨는 “도시 아이들보다 문화생활이 적어 아이들을 강과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놀거리·볼거리를 찾아주다 보니 자연과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자녀의 놀거리로 고민하는 엄마가 많다. 야외활동이 적은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자연놀이’로 창의성과 체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글·수·영어 공부보다 중요해

전분희씨는 재현·재민 남매와 각 계절에 볼 수 있는 자연물로 놀이를 즐긴다. “딸과 제가 꽃을 좋아해 화관이나 꽃목걸이를 자주 만들어요.” 미술놀이에도 자연물을 활용한다. 장미꽃잎을 말려 물고기 비늘을 표현하거나 진달래꽃을 밀가루 반죽 위에 올려놓고 화전도 만든다. 감자나 양파로 물감 찍기도 남매가 좋아하는 활동이다. 아파트 화단과 들판을 걸으며 새싹이나 나뭇잎 색을 관찰해 자연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연놀이 속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싹이 꽃이 되는 과정을 보며 흙의 고마움을 느끼게 돼요.”

이경은(37·남양주시 와부읍)씨는 노예진(경기 도곡초 3)·정현(7) 남매를 유치원 대신 자연체험장에 보냈다. 이씨는 “한글이나 수·영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마음에 맞는 엄마들과 자연놀이 품앗이도 했다. 이씨는 “자연물은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아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의 창의성이 길러진다”며 “자연 속에서 뛰어놀다 보니 신체 각 부분이 발달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예진이는 지난가을 드라이클리닝 비닐에 낙엽을 붙여 만든 낙엽 옷과 도토리 깍정이 소꿉장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서은숙(34·서울 강서구)씨는 외동아들 이태준(초2)군의 정서 발달을 위해 자연놀이를 시작했다. “아이 성격이 강해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부드러워지길 바랐죠.” 태준이는 서씨와 숲 체험을 하면서 엄마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졌다. 서씨는 “숲에서 봤던 곤충이나 식물을 교과서와 백과사전에서 발견하면 반가워한다”며 “공부에 더 흥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낯선 상황 대처하기, 자연 원리 배워

자연에 널려 있는 모든 자연물은 장난감 재료다. 아이다움 킨더가르텐 강성희씨는 “자연 속에서 자연물을 가지고 놀다 보면 창의성이 발달한다”며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공부거리를 찾는 자기주도 학습이 된다”고 설명했다. 숲이나 물에서 할 수 있는 자연 체험 놀이뿐 아니라 날씨에 따른 놀이, 자연물과 신체를 이용한 놀이, 자연을 주제로 한 손가락 놀이, 자연 속에서 사물 찾기 놀이 등을 할 수 있다.

크래다 조은희 원장은 자연과 더 빨리, 깊이 교감하는 방법 중 하나로 ‘사물에게 말 걸기’를 추천했다. “나무야 네 이름은 뭐야? 오늘은 어제랑 잎 색깔이 다르네” 식으로 말을 걸어본다. 자연 보호에 대해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자연과 친해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 찾는 것도 좋다. 매일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자연의 변화를 보며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조 원장은 “자연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낯선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과 자연의 원리를 배운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