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유동성 랠리 좀더 지속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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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잔치판은 갈수록 요란한데 배부르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외국인 판이 된 잔치판에 끼어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새 종합주가지수는 600대에 안착했고, 코스닥지수도 80선 문턱에 이르렀다. 고객예탁금은 9조원을 넘어섰다.

올들어 늘어난 고객예탁금은 2조6천억원.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인 자금(2조5천억원)과 거의 일치한다. 아직 개인과 기관의 새 자금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뛰어들기가 겁이 나 망설이는 사이에 주가는 얄미울 정도로 끈질기게 오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조차 외국인들의 거침없는 주식 매수에 혀를 내두른다.

연초 유동성 장세의 종착점을 지수 620 안팎으로 봤던 전문가들은 슬그머니 650~670으로 높여잡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계속되고, 개인도 점차 가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0일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지난 3일 FRB의 1차 금리인하가 외국인들의 신흥시장 주식매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2차 인하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구나 최근 미국에선 나스닥시장이 반등하고, 정크본드 발행이 재개되는 등 금융불안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국내 신용경색도 완화되는 조짐이다. 정부의 회사채 신속 인수 방안이 국고채금리 5%대 진입과 맞물리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돈이 흘러들면 부도위험이 낮아져 주식투자 환경도 그만큼 좋아진다.

이번주는 주초 설연휴를 앞둔 정리매물로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싼 값에 주식을 확보할 기회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 미우나 고우나 외국인의 시장 장악력이 계속 커지는 만큼 그들이 사들이는 우량주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코스닥시장은 단기급등 이후 연일 대량거래가 이뤄지는 가운데 대기매물이 집중된 지수 80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추격매수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장세 주도권은 거래소 쪽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 때가 '상투' 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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