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없는 성인사이트 청소년들만 들락날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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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성인용 인터넷 사이트에 성인은 없다."

이 사이트들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우선 비회원도 볼 수 있는 사이트 초기화면. '19세 이하 출입금지' 라는 경고문 바로 옆에서 반라(半裸)의 젊은 여자가 웃으며 손짓한다.

유혹을 받은 미성년자들은 가짜 어른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접속을 할 수 있게 돼있다.

◇ 가짜 주민번호로 접속〓와레즈사이트 등 불법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통해 사이버상에서 성인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돼있다.

주민등록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주인 없는(아직 아무에게도 부여되지 않은) 번호를 찾은 뒤 자기 이름이나 가명을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낸 주민등록번호를 성인사이트 회원가입란에 입력하면 1백개 사이트 중 90개 이상은 쉽게 승인이 떨어진다" 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에 나선 성인 인터넷방송국들도 이런 가짜 주민번호를 확인하는 장치가 없는 사이트들이다. Y성인방송국 유료회원인 金모(16.고1)군은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 고 말했다.

◇ 낮잠 자는 처벌법규〓문제는 이렇게 가짜 주민번호를 부여받아도 법적 처벌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허위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행사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정부로 이송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송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고 시행령을 만들어 경과기간 3개월을 두자면 일러도 4~5월 이후에나 시행될 전망이다.

◇ 대책〓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나 한국신용평가정보주식회사의 전산망을 이용해 가입신청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요금을 신용카드로만 받는다면 미성년자의 사이트 출입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고 밝혔다.

위원회의 정욱(鄭旭.35)웹캐스팅팀장은 "이런 장치가 있음을 알면서도 무시해버리는 상당수 사이트 운영자들의 상술이 문제" 라며 "사이트마다 이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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