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야마다 기미오-유창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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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22분 장고 끝의 후퇴 白48

제3보 (42~61)=흑▲의 강수에 야마다8단은 즉각 42로 반격해왔고 이로써 난해한 공중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중앙전은 고도의 전술과 감각이 필요하며 넓은 시야와 강한 배짱도 요구된다.

배짱이라면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공중전은 정답이 없는 종목인지라 서로 모르는 길을 가다 보면 배짱도 한몫 하는 것이다.

47의 젖힘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劉9단은 5분여 만에 이 수를 두었는데 당연히 끊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 끊어지면 괴로운데도 이 수를 둔 것은 이곳만은 결코 밀려서는 안될 마지노선으로 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劉9단은 소리없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야마다8단은 신음성을 터뜨리며 시간을 물쓰듯 쓰고 있다. 야마다도 '참고도' 처럼 백1로 두점머리를 끊고 싶다.

일본에는 '두점머리는 죽어도 두들기라' 는 기훈(棋訓)이 있다. 그만큼 두점머리는 치명적인 급소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흑4에 5의 빈삼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백5는 지독한 우형이라서 백도 흑A로부터 많은 시련을 각오해야 한다.

함께 부둥켜 안고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장래를 도모하며 한발 물러설 것이냐. 22분 만에 야마다는 48로 후퇴했다. 이것이 일본 바둑과 한국 바둑의 차이일까.

백은 58까지 실리를 점거했으나 61로 하변이 커져 형세는 여전히 팽팽하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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