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흉악범 7명 집단 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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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유란 더 이상 잃어버릴 게 없다는 말이야. "

미국 록가수 재니스 조플린의 노래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멋진 구절이 발견된 곳은 텍사스주의 한 교도소였다.

지난해 12월 13일 흉악범 일곱명이 탈주하면서 메모용지에 끼적거려 현장에 남겨 놓은 것이다.

미 수사당국은 요즘 총기까지 갖고 달아난 이 탈주범들 때문에 망신은 망신대로 다 당한 뒤 생고생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탈옥 직후 댈러스 인근의 한 스포츠 용품점에 침입, 현금 7만달러를 강탈해 간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이들은 탈주 과정에서 경찰관 한 명을 사살했다.

또 소총과 엽총, 권총 등을 다량으로 강탈해 갔기 때문에 경찰에 쫓기거나 대치하면 인질극이나 살상극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이들에게는 2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미국에서 일반 탈옥수에게 거는 현상금치고는 최고액이다.

탈옥수들은 모두 20~30대다. 살인.강간.강도.유괴 등의 죄목으로 짧게는 30년에서 50년, 길게는 99년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흉악범들이다.

'7인의 탈옥수' 의 리더격은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조지 리바스(30).

이들은 리바스의 각본과 지휘에 따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낮에 간수들을 때려 눕히고 간수복을 입은 채 망루에 올라 가 경비병력을 무장해제시켰다.

교도소 차량을 탈취한 이들은 검문초소의 셔터를 유유히 들어 올리고 탈출했다. 이들은 탈출 직전 교도소 안에서 이동할 때 간수 전용인 골프 카트를 타고 다녔다.

곳곳에서 마주친 간수들에게는 "교도소 안에 비디오 카메라 설치를 위해 외부에서 온 지원 병력" 이라고 둘러댔다.

때려 눕힌 교도관들의 얼굴에는 서너개씩의 베갯잇을 덮어씌웠다. 탈옥수들이 그 베갯잇을 모으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탈주에 걸린 시간은 총 2시간30분이었다. 탈주과정에서 비상벨이 한번 울렸다고 한다. 이를 접수한 교도관이 시설관리실에 전화했지만 이미 탈옥수들에게 장악된 시설관리실에서 응답이 없자 교도관은 별게 아닌줄 알고 그대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지만 영화제작자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흘리며 영화를 만들기 위해 교도소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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