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마지막 시집 '80소년…' 증보판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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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인에게 마지막 말이란 없는 것이야. 항상 현역이지. 발표는 안해도 내 가슴 속에는 항상 새로운 시가 쓰여지고 있어. 그런 시인은 죽어서까지도 영원한 현역으로 남는거야.독자들 가슴 속에서 매양 새롭게,뜨겁게 쓰여지고 있을테니까.”

본지와의 마지막 인터뷰(2000년10월30일자)에서 이렇게 말하고 구랍 24일 타계한 미당 서정주시인의 마지막 시집인 <80소년 떠돌이의 시> 증보판(시와시학사 ·7천5백원)이 최근 출간됐다.

1997년 미당의 15번째로 나온 시집에 이후 쓰여진 4편의 시를 보태고 미당의 삶과 시세계에 대한 해설도 덧보태 양장본으로 길이 애장할 수 있도록 새로 펴낸 것이다.

“오랜 가난에 시달려온 늙은 아내가/겨울 청명한 날/유리창에 어리는 관악산을 보다가/소리내어 웃으며/‘허어 오늘은 관악산이 다 웃는군!’/한다/그래 나는/‘시인은 당신이 나보다 더 시인이군!/나는 그저 그런 당신의 대서(代書)쟁이구...’/하며/덩달아 웃어본다.”

2000년 벽두에 쓴 ‘겨울 어느날의 늙은 아내와 나’ 전문에서 볼 수 있듯 미당은 서울 사당동 예술인마을 낡은 주택에서 늙은 아내와 단둘이만 지냈다.그렇게 시적으로만,소꿉놀이하듯 지내던 아내가 떠난지 80일만에 미당도 그 뒤를 따라갔다.

새로 실린 ‘우리나라 아버지’,‘우리나라 어머니’는 고향의 유년시절 어머니·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부성과 모성을 신화화하고 있다.

한편 미당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청은 미당의 생가가 있는 선운리에 미당기념관을 세우고 미당의 유품과 ‘화사집’초간본등 휘귀 시집과 사진자료등 4백여점을 모아 올 여름께 개관할 예정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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