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인하 논의해 봄직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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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공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정부가 오는 11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콜금리 인하를 발표할지 주목되고 있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과 미국의 단기금리 인하로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라 금리인하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돼 있다.

3년 만기 국고채의 경우 지난 주말 수익률이 6.19%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저치인 5.90%에 근접하고 있고, 시중은행들도 시장금리의 하락세에 맞춰 수신금리를 내리는 등 금리인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심 콜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듯한 정부가 노리는 것은 자금시장의 경색 해소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증시에 둔 것도 증시가 살아야 신용경색이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따라서 증시가 어느 정도 상승국면을 탄 지금, 금리인하는 증시 살리기에 큰 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신용경색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기업의 신용에 문제가 있으며, 경제전반에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지 금리가 높거나 시중에 돈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의 보다 철저하고 신속한 마무리가 신용경색 해소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또 금리인하에 현실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은 금리인하로 초래될 물가상승 압력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공요금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환율상승 등 외환시장이 불안한 국면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내수가 워낙 침체해 있으며, 국공채 금리의 인하로 장.단기 금리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금리인하로 물가상승이 현재화할 우려가 적다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데는 전혀 이의가 없다.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은 실업률.물가상승률과 달리 정책조합 능력에 따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는 재정보다 금리정책이 더 효과적이다. 문제는 시장이 정부정책을 얼마만큼 믿고 따라오느냐 하는 점이다.

통화금융정책은 재정 정책보다 더욱 시장이 제때, 제대로 따라오지 않을 경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데 현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이 점이다. 또 금리인하와 더불어 정크본드 시장의 활성화도 같이 마련돼야 한다. 논의의 활성화를 통해 금리인하에 따른 장단점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인하의 시기와 폭을 도출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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