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김천 인구 줄어든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귀농자에 영농정착 지원금 1000만원, 주소 이전 학생에 6개월 뒤 20만원, 셋째 아이를 낳으면 480만원….

김천시는 2010년을 ‘인구 감소 제로의 해’로 선포하며 파격적인 인구 유입과 출산 장려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경북에선 23개 시·군 중 8개 시·군만 인구가 증가하고 15개 시·군은 감소했다. 인구가 증가한 곳은 포항·구미·안동·상주·문경시와 성주·칠곡·울릉군이다. 특히 김천을 둘러싼 상주·구미시와 칠곡·성주군 등 4개 시·군의 인구가 모두 증가했다.

김천은 인구 증가의 호재인 혁신도시가 현재 건설 중이다. 그런데도 김천시 인구는 2009년 말 13만5918명으로 한해 동안 2138명이 줄었다.

인접 시·군과 달리 김천 인구가 유독 감소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천시의 저출산 문제는 개선 중이다. 김천시의 지난해 출생자는 1162명으로 사망자 1113명보다 많다. 한동안 사망이 출생을 앞질렀지만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2007년부터 이 수치는 역전됐다. 저출산이 인구 감소의 직접 원인은 아닌 셈이다.

김천시 총무과 김성훈씨는 “인구 감소는 저출산보다 시민들의 타 지역 전출 때문”이라며 “주된 원인은 불황에 따라 취업하기 위해 대도시로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65세 이상은 자녀가 사는 곳으로 전출했다. 특목고 등 다른 지역 우수 중·고교 진학으로 부모가 전출하고 대학생이 전세권 설정 등의 사유로 전출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런 원인은 다른 시·군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천시에만 있었던 또다른 인구 전출 요인은 대규모 사업이었다. 부항댐·혁신도시 건설과 임대아파트 단지의 분양 전환 등 3대 사업이 지난 한해 1000명 가까운 인구 전출을 불렀다는 것이다.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남면 이상배 부면장은 “보상 받은 주민들에게 ‘가급적 김천에 남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농사 짓기 어려운 100여 명이 보상을 받아 인근 구미·칠곡이나 자녀가 있는 서울·대구 등지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건설의 역설이다. 부항댐 건설로 수몰 예정지 주민 300여 명도 김천을 떠났다. 아포읍의 덕일한마음아파트(1084가구) 주민들은 임대 기간이 만료되고 분양으로 전환되자 400여 명이 다른 도시로 옮겨갔다. 아파트를 분양 받을 경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천시는 인근 시·군의 공세적인 인구 유입책도 인구감소의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제 몇가지 여건은 호전되고 있다. 김천시는 올해부터 김천고가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돼 벌써 예년의 2.5배인 119명의 외지 학생이 합격했고 김천대도 4년제로 전환돼 내심 인구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거기다 2012년에는 혁신도시 입주와 고속철 KTX 역사 건립 등으로 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