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매일 아침 밥상 차리는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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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또 한 명의 '반쪽이' 최정현씨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글쎄다.'매일 아침 밥상 차리는 남자'의 저자 오성근씨는 그냥 '애 키우는 남자' 정도가 아니다.

'남자 전업 주부'다. 잠의 유혹을 꾹 누르고 차린 아침상을 아내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출근한 일 때문에 첫 부부싸움을 벌인 얘기로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는 곳곳에 무심한 '바깥 양반'에 대한 하소연이 절절하다.

그런데 남성인 오씨가 주부우울증에 걸릴 뻔한 사연 등을 읽어 가노라면 '일요일만은 쉬게 해달라는 하소연''시도 때도 없는 잔소리' 등으로 대별되는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결코 '전형적인'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주부 우울증도 성(性)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의 역할에서 비롯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다시 말해 이 책은 남녀 행동양식에 대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글인 것이다.

한의원 마케팅 담당이던 저자는 서울시 지방 공무원인 아내 이정희씨와 한 시민문학강좌에서 만났다.첫 출산 후 몸져 누운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 사표를 던진 뒤 사회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아내를 대신해 육아와 살림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부부 관계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가 하면 환경 ·시민문화운동 단체들 및 육아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평범한 시민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한데 문제는 만화 '반쪽이네' 시리즈보다 훨씬 직설적인, 세상을 너무 앞서 가는 듯 보이기도 하는 오씨의 글을 참을성있게 끝까지 읽을 남성들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

일부 남성들의 비아냥 정도는 이미 각오한 것이리라.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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