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국외 반출 안한다는 ‘리튬 호숫물’ 왜 한국에 보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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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한나라당 이상득(얼굴) 의원 방으로 500mL의 물병이 배달됐다. 물병엔 ‘볼리비아 우유니 염수’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우유니는 2차전지의 원료인 리튬 540만t 정도가 매장돼 있다는 볼리비아의 호수다. 볼리비아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가량이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그간 호수 물을 국경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리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볼리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광물자원공사에 호수 물 300L를 보내 “성분을 분석해 보라”고 했다 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이 물의 일부를 이 의원에게 보냈다. 리튬 확보를 위한 외교 노력을 기울여 온 이 의원에게 “볼리비아에 공들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의원은 한국에서 가려면 꼬박 3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야 하는 볼리비아를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나 찾았다. 첫 방문은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협력특사로였다. 당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 의원에게 “리튬 개발을 일본 등 다른 나라와도 할 수 있다”며 애를 태웠다. 그런 그를 이 의원은 “한국이 더 잘 할 수 있다”며 집요하게 설득했고, 현지의 광물생산자협회 대표들과 리튬 공동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이 의원은 볼리비아를 다시 방문했고, 지난달엔 재선에 성공한 모랄레스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취임 축하단 일원으로 동행한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74세의 이 의원에게 “연세도 적지 않은데 반년도 안 돼 머나먼 나라를 세 번이나 오셨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내가 장관들에게 임명장도 주기 전에 특사님(이상득)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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