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사이버 스페이스 정치가 존 페리 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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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이버 스페이스 독립선언문' 으로 유명한 사이버스 페이스 정치가 존 페리 발로(53)가 지난 13일 한국에 왔다.

목장주이면서 록그룹의 작사가로도 활동하는 등 특이한 경력을 가진 그는 1990년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을 설립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블루 리본 달기' 도 이 재단이 처음 시작한 캠페인이다. 96년 발표한 '사이버 스페이스 독립선언문' 은 네티즌들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를 위한 최초의 선언문으로 현재 2만여개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14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하는 '디지털 정보, 누구의 것인가' 라는 포럼에서 그는 비즈니스 모델(BM)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추세를 비판했다.

"정보는 정지해 있는 명사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동사입니다. 특히 산업 사회에 형성된 저작권 개념은 디지털 시대에는 더이상 통용될 수 없기 때문에 법 대신 윤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

예컨대 대규모 음반기획사들을 통제, 이를 해킹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하는 팬들을 자유롭게 두더라도 스스로 상업적인 판매를 하거나 불법복제를 막는 윤리적인 문화규범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한국 정부에게 국경없는 인터넷을 규제할 권한을 줬습니까. 산업사회에선 사람을 억누르고 착취해야 잘살 수 있었지만, 새로운 디지털 사회에선 사람을 자유롭게 놔두고 존중해 줘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법보다 윤리에 맡겨야 합니다. "

인터넷에 넘쳐나는 포르노 사진에 대해서도 그는 정보를 차단하기보다 보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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