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에 환경단체 터잡기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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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 내셔널트러스트가 동강 인근 자연환경 보전을 내세워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에 전통 집을 짓기로 하자 이곳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제장마을에 매입한 76평의 대지에 전통양식의 집을 짓기 위해 16일 터 다지기를 할 계획이다. 터 다지기 행사에는 환경부장관과 강원도부지사, 정선군수 등 기관장과 내셔널트러스트 회원 및 후원자들이 다수 참가해 길놀이 등 다양한 '환경이벤트'로 치러진다.

이에 대해 신동읍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동강보존대책위원회는 "환경단체가 제장마을에 들어올 경우 동강 생태관광개발 등 최소한의 지역개발사업도 추진하기 어렵다"며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한국 내셔널트러스트는 즉각 철수하라' 등의 내용을 적은 현수막도 준비하고 마을 입구 봉쇄 계획을 세우는 등 반대해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13일 내셔널트러스트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터 다지기 행사 자체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대신 환경부장관 등 기관장과 언론 등 외부 인사의 참석을 배제하고 내셔널트러스트의 자체 행사로 치를 것을 요청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애초 계획대로 마을 입구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동강보존대책위원회 이재현(46)공동위원장은 "댐 건설 논란을 빚은 10여년 동안 각종 개발에서 제외되는 등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며 " 내셔널 트러스트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만큼 조용히 마을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내셔널트러스트의 조성집 사무처장은 "주민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환경보호 운동의 기념비적인 행사로 준비해왔는데 이제 와서 외부 인사에게 오지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한국 내셔널트러스트는 동강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회원 및 후원자의 지원으로 지난 6월 제장마을 밭 5202평과 대지 76평을 사들였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이곳에 집을 짓고 간사가 상주해 살면서 유기농업을 하는 등 환경보호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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