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통화·주가 추락… 위기설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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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 대만=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가 지난 6일 대만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11년 만에 '안정적' 에서 '부정적' 으로 하향조정하면서 그동안 떠돌던 '1월 위기설' 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대만의 종합주가지수인 자취안(加權)지수는 11일 5, 284.41포인트로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이 취임한 지난 5월 20일 이후 40%가 떨어졌다.

대만 달러화 가치도 11일 미 달러당 33.06 대만달러를 기록, 약세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도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혼란으로 금융 구조조정은 제자리 걸음이다. 외환보유고도 현재 1천82억달러로 최근 1주일 사이에만 2.3%가 줄었다.

S&P는 "대만의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침체하고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대만 달러화 장기채권(AA+)과 단기채권(A1+)의 신용등급도 곧 강등될 전망이다.

현 위기의 원인으로는 정정 불안 외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꼽힌다. 대만 중앙은행은 9월 말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이 5.4%라고 주장하지만 노무라증권과 샐러먼 스미스바니 등은 1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신호에서 "대만의 금융 구조조정이 늦어져 자금 수요가 몰리는 내년 음력설(1월 24일)을 전후해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 세계 2~3위를 다투는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지니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생긴다해도 금융위기가 아닌 신용경색 위기 정도라는 낙관론도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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