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과학] 백신은 어떻게 만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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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소아마비 백신 ·결핵 백신 ·독감 백신 ·장티푸스 백신 ·콜레라 백신….

전염병 예방과 뗄 수 없는 게 백신이다. 백신 개발은 곧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을 정복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일생 동안 수없이 맞는 백신은 어떤 원리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 몸은 한번 들어와 병을 일으킨 병균(이하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통칭)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 병균을 잡는 데 꼭 맞는 '특공대'를 만들어 놓는 면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범인(병균)사진 뿐 아니라 비슷한 모습인 몽타주만 보고도 범인이 나타났을 때 즉각 잡을 수 있다.

백신은 이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전형적인 백신은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병균을 완전히 죽이거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약하게 해 만든다.

병균을 완전히 죽이면 안전하지만 그럴 경우 백신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병에는 약하게 만든 병균을 이용한다.이럴 때 는 병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반만 죽인다. 이 방법은 1720년 우두접종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백신제조법이다.

병균을 죽이는 데는 자외선이나 약품 등을 사용한다.살아 있는 균을 쓸 때는 주사액 중에 균의 숫자를 아주 적게 넣는 방법을 사용한다.병균의 실체를 몸의 면역체계가 알 수 있을 정도면 되기 때문이다.

죽은 균을 활용하는 백신은 패혈증 ·콜레라 ·페스트·소아마비 ·A형 간염 ·일본뇌염 등이고,살아 있는 균을 이용하는 백신은 결핵(BCG) ·장티푸스 ·황열 ·홍역 ·풍진 ·천연두 등이다.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것으로는 디프테리아 ·폐렴구균 백신 등이 있다.

천연두나 소아마비 등과 같은 상당수의 병원균은 구성성분이나 독성이 바뀌지 않아 백신을 한번 맞으면 평생 예방이 된다. 그러나 감기바이러스와 같이 수시로 자신의 몸을 바꾸는 병원균은 매번 예방백신을 맞아야 한다.

최근에는 병원균마다 특징적인 유전자만 뽑아내 감자 등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병원균을 몽땅 몸 안에 넣는 것보다 하나의 특징만으로도 그 병원균을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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