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사실상 형제 분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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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회사를 형제 분할하기로 한 가운데 8일 서울 금호아시아나 본관 건물은 밤늦도록 불을 밝혔다. [연합뉴스]

금호아시아나그룹 대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원래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겠다는 거다. 오너 일가는 또 계열사들을 분리 경영하겠다는 입장도 채권단에 전달했다.

금호 대주주 일가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대표들과 만나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 위임 및 처분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애초 약속대로 최대 5년간 경영권을 보장키로 했다.

계열사 분리 경영안도 확정해 그룹의 주력회사인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고 박인천 창업주의 4남) 부자와 고 박정구 회장(창업주의 2남)의 아들인 철완씨가 맡기로 했다. 박찬구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형인 박삼구 금호 명예회장(창업주의 3남)과 갈등 끝에 해임됐지만 이번 합의로 경영에 복귀하게 됐다.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명예회장 부자가 경영을 맡는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계열사의 경영은 채권단이 정하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지난해 말 금호석유화학에 넘겼던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2.4%를 금호산업 측에 되돌려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는 금호석유화학에서 금호산업으로 변경된다. 채권단은 “박찬구 회장이 복귀하지만 채권단과 협의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표는 여전히 박삼구 명예회장”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선 이번 합의에 따라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분할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을 대표한 산업은행 김영기 수석부행장은 “박찬구 전 회장과 철완씨는 지금도 금호석유화학의 최대 주주”라며 “주주로서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그동안 지체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은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됐다. 김 수석부행장은 “자택을 제외한 각종 부동산과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놨다”며 “일부 대주주는 직접 회의에 나와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채권단공동관리)을 추진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선 구조조정에 동참한다는 노조의 동의서를 받는 대로 38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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