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시도 이만섭 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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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수뇌부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여야의 17일 대치 한복판에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이 있었다.

여야가 탄핵안의 '표결처리' (한나라당)와 '불가' (민주당)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선 이날 李의장은 일찌감치 '법대로' 표결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의장인 내가 국회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나라가 어지러운 때, 국회라도 법을 지키고 꼿꼿이 서있어야 국민들이 안심한다" 는 논리를 댔다.

하지만 고민도 엿보였다.

민주당 소속인 李의장으로선 "고뇌 끝에 내린 결단" 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당론을 거스른 셈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의장선거에서 비(非)한나라당 연대(민주당+자민련+무소속.군소정당)의 지원으로 당선됐다.

그렇지만 지난 7월, 국회법 개정안(자민련의 교섭단체화)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달라는 민주당의 요청을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 는 이유로 거절했다.

마음고생 때문인지 그는 몹시 지쳐보였다.

감기몸살까지 겹쳤다.

다음은 그가 '직권상정 후 표결처리' 방침을 발표한 뒤 나눈 일문일답.

- 탄핵안을 표결처리하겠다고 한 이유는.

"국회법에 '탄핵안은 보고 후 24시간 이상 72시간 이내에 표결처리한다' (130조)고 돼있다.

법을 따를 뿐이다."

- 의장 직권상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불만이다.

"민주당 입장을 생각해서 탄핵안 보고 시점을 많이 늦췄다.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에 순리대로 하자는 거다. "

이날 의장실에는 "공평하게 잘한다" 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고 비서진은 전했다.

전날 설렁탕집에 들렀을 때는 "젊은 오빠, 믿음직스럽다" 는 일부 손님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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