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신임 교정원장 장응철 교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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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원불교 행정을 이끌어갈 신임 교정원장 경산(耕山.법호) 장응철(張應哲.60.사진)교무는 불가의 학승(學僧)처럼 연구와 교육에 정통한 이론가다.

장 원장은 1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중책을 맡은 소감을 강의하듯 논리정연하게 풀어가며 말했다.

"세상이 물질을 강조하며 복잡하고 파편화되어 갈수록 사람의 정신은 상대적으로 쇠약해져 갑니다. 이런 위기의 정신세계를 구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겠죠. 원불교는 구체적으로 정신의 자주력(自主力)을 기르는 운동, 사회교육.평생교육 운동에 많은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

장 원장은 구체적 대안으로 '마음공부' 를 꼽았다. 불교에 뿌리를 두면서도 매우 실천적인 성향인 원불교가 불교의 선(禪)개념을 좀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한 것이 마음공부다.

마음공부의 출발은 참선을 통한 '마음 비우기' 다. 불교처럼 세속을 초월하는 개념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해 온전한 판단력을 갖춘다는 의미다. 그리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면 반드시 현실에서 실천해야한다.

"어떻게 보면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생활철학과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공부를 통해 정신의 자주력을 기르지 않으면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모르고 방황하게 되며, 심하면 정신분열의 지경에 이를 위험도 있는 거지요. "

장 원장은 1940년 원불교도인 친척을 따라 전북 익산의 원불교 총부에 들렀다가 그 길로 출가했다.

"세속의 일보다 종교적인 문제에 심취하길 좋아했기 때문" 에 온갖 잡일을 하는 간사(불교의 행자)생활을 4년이나 하면서도 마음의 흔들림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 원광대에서 원불교학을 공부하고 원불교대학인 영산대학 교수와 학장까지 지내면서 주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일을 해왔다. '노자' 나 불교관련 서적을 해석한 저서를 4권이나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행정적인 사무에는 그동안 관심이 덜했다고 한다. 원불교의 최고지도자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좌산(左山) 종법사가 교정원장을 맡으라고 하자 몇 번 고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교단운영 면에서 구체적인 권한은 가능하면 지역 교구에 이양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성장에 진력해온 교단의 내실화와 질적 발전을 꾀하고자 합니다. "

교단운영의 기본방향이 권한의 분산을 통한 지방화.민주화.평준화다. 교단조직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방침은 미래의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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