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스님 "풀잠자리 알도 우담바라"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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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우담바라는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상상의 꽃이다. 3천년에 한 번 피고, 우담바라가 피면 부처님이 세상에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최근 국내 사찰 세 곳(대전 광수사.청계산 청계사.관악산 연주암)에서 한꺼번에 "우담바라가 피었다" 고 주장하고 나섰고, 과학자들은 '풀잠자리 알에 불과하다' 고 밝히는 바람에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그런 가운데 "풀잠자리 알이 바로 우담바라" 라며 "불교계와 과학자들의 주장이 결국은 하나" 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우담바라가 핀 사찰 중의 하나인 서울 관악산 연주암의 부주지인 대원(大圓.37)스님이다.

대원 스님은 지난 22일 곤충학자인 고현관(高賢寬.44)농업과학기술원 농업연구관에게 우담바라를 보여주고 '풀잠자리알' 임을 확인케 했다.

스님은 "과학자들의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인다" 면서 "그러나 풀잠자리알이 불교에서 얘기하는 우담바라와 다르지 않다" 고 말했다.

대원 스님은 한국불교대사전과 한자사전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불교관련 사전인 한국불교대사전(총7권.한국불교대사전편찬위원회간.명문당)의 제5권 7페이지 '우담화' 항목을 보면 "우담발화라고도 하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실 때에야 비로소 핀다고 한다. (중략)또 풀에 청령( 잠자리)의 난자(알)가 붙은 것" 이라고 적혀있다.

동아한한대사전(동아출판사)등 대형 한자사전에서도 '우담화' 란 항목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상상의 꽃' 이라는 뜻과 함께 '초부유( 풀잠자리)의 알' 이라는 뜻을 첨부해 놓았다.

대원 스님은 "풀잠자리알이라는 과학자의 주장도 맞지만, 평소에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고 세간에 알려지지도 않았던 아주 작은 생명의 흔적이 부처님의 몸을 빌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종교적 차원에서 상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고 해석했다.

다시말해 "부처님의 마음에서 보면 우주천지안에 부처가 아닌 것이 없다는데 부처가 풀잠자리 알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겠는가" 라는 것이다.

대원 스님은 이같은 주장을 연주암을 찾는 신자들에게 설법하는 한편 불교관계 언론매체등에 기고할 예정이다.

한편 우담바라를 직접 관찰한 고현관 연구관은 "20배 확대경으로 확인했다" 며 "과학적 주장을 '종교에 대한 모독' 이라며 거부하기보다 이처럼 융통성 있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반갑다" 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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