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인구주택 총조사에 적극 협조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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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가정이 집안살림을 올바로 꾸미기 위해서는 가계에 들어오는 수입을 감안해 장.단기 계획을 세우고 가계부를 써야 한다. 이때 가족 구성원의 특성을 알면 그에 맞춰 치밀한 지출계획을 세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에서도 주택.보건.교통.환경 등 제반 분야의 정책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나라살림을 설계하려면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이런 통계를 생산하기 위한 조사가 바로 인구주택 총조사다.

이것 없이는 인구문제로부터 야기된 경제사회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유엔에서도 세계인구주택 센서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각국이 실시하도록 적극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비교를 위해 조사방법 및 내용.자료처리 등 조사 전반에 관한 사항을 권고안으로 작성해 각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번 2000 인구주택 총조사는 지난 1일부터 열흘간의 짧은 기간에 19만여명의 조사원을 채용해 실시하는 방대한 조사다.

21세기 우리나라의 변화 모습을 예측해 각종 정책 구상에 필요한 자료를 제시하게 되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특히 새로운 세기의 진입에 따른 다양한 정책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우리의 미래를 위한 긴요한 국가정책의 기초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새 천년 지식정보사회의 건설과 선진 복지국가 건설을 뒷받침하는 데 이번 총조사의 의의가 있다.

이번 총조사에서 전수(全數)조사지역의 경우는 20개 항목을, 전체의 10%인 표본조사 지역은 30개 항목을 추가해 총 50개 항목을 놓고 조사가 이루어진다.

1995년 총조사 때의 28개 항목보다 조사항목을 늘려 지식 및 정보화 사회를 대비한 항목, 복지관련 항목이나 삶의 질과 관련한 항목 등 정부정책 수요에 부응하는 분야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조사방법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조사원 면접조사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아파트 지역에 대해선 각 가구가 스스로 조사표를 작성해 조사원에게 제출하는 '응답자 기입방식' 을 도입했다.

그러나 인구주택 총조사를 실시하는데 따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급속한 경제환경의 변화와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는데다 응답자인 본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통계조사에 무관심하거나 조사에 불응하는 가구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노인가구.1인가구.맞벌이 가구 등 낮 시간에 사람이 없는 가구가 증가해 응답자 면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통계조사 환경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은 인구주택 총조사를 완벽하게 실시하기 위해 수치지도(Digital map)의 도입, 우수조사원 확보, 비밀보호장치 마련, 조사표 작성 안내 무료전화 운영, 대국민 홍보 강화 등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주택 총조사의 성공적인 완수는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적극적인 협조와 조사현장에서 실제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원의 성실함.책임감에 좌우된다.

언론이 국민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인구주택 총조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필수적인 사안 중 하나라고 본다.

지식기반사회와 정보화 선진국은 양질의 통계로부터 출발함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재창 <고려대 정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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