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세기 한국관련 서양 古문헌 정리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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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먼 옛날 서양사람들은 과연 우리를 어떻게 보았을까. '

누구나 이런 궁금증은 늘 갖게 마련이다. 다행히 이런 수수께끼를 풀어줄 단행본들이 수종 번역돼 일차적인 해갈(解渴)은 한 셈이었다.

구한말이 배경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 , 호머 베자릴 헐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 등이 그런 책들이다.

허나 이것들을 읽다 보면 당시 한국(인)에 대한 서양 사람들의 극심한 편견에 새삼 놀란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 나와 당황하게 만든다.

그런대로 신뢰할만한 기록이라는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조차 한국의 독자성을 부정했다. 한국을 '중국의 패러디' 정도로 낮게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들의 '눈' 을 곱지않게 볼 이유도 없다. 한국에 관한 사전 지식이 일천했던 이들에게 '문화적 상대성' 운운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이 아닐까.

바로 이런 자료들, 16세기에서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한국관련 서양고문헌들을 샅샅이 뒤져 정리한 '한국학 서양고문헌 총서' 가 3백권(영인본)으로 엮여 나온다.

경인문화사는 1차로 이달 중 50권을 내고, 2001년 1백권, 2002년 1백50권을 낸다. 별도의 사진 자료집도 낼 예정이어서 한국학 연구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국내외 흩어져 있는 방대한 자료는 명지대에서 발굴.제공했다.

1차분 출간 목록 50권에는 앞에서 예로 든 책들을 비롯해 희귀본들도 다량 포함됐다.

시리즈 1~3번으로 소개하는 프랑스 학자 모리스 쿠랑의 '한국서지' (1894년)는 대표적인 희귀본. 교회(敎誨.교육).언어.유교.문묵(文墨.문학).기예(技藝)등 9부로 나눠 총 3천8백21종의 도서를 소개했다.

시리즈의 서문을 도맡아 쓰는 명지대 정성화(서양사) 교수는 "쿠랑은 광개토대왕비 등 21편에 이르는 한국관련 논저를 발표한 서양 최초의 한국학자다" 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인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만주족의 중국침략사' 는 헨드릭 하멜의 '하멜표류기' 와 함께 17세기 한국을 유럽에 알린 대표적인 책. 병자호란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대중역사서로 당시 유럽의 베스트셀러였다.

이밖에 일본측 자료를 인용해 임나일본부설을 언급한 필립 프란츠 폰 지볼트의 '일본' (1897년), 기자조선설을 신뢰한다고 한 존 로스의 '한국의 역사' (1878년), 조선의 몰락을 필연적이라 강변한 제임스 스카스 게일의 '한국스케치' (1898년) 등도 눈에 띈다.

영국 탐험가 윌리엄 로버트 브로튼의 '북태평양 아시아 연안의 항해' (1804년)는 하나(hannah).둘(tool)등 숫자와 입(yeep).눈(noon) 등 신체에 관한 우리말 어휘 38개를 소개했다.

16세기 서적 중 앙리 코르디에의 '일본서지' 에도 한국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정교수는 "이번 총서는 서양인들에게 투영된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반추해보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이라고 출간 의의를 정리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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