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경력 쌓은 뒤 대부분 외국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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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포스코 계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인 포스데이타에서 근무하는 샤샹크 샤무(36·사진) 차장. 그는 이 회사 프로그램 개발팀 핵심 인력 중 한 명이다.차세대 이동통신인 4G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인도 남부 방골라에서 최상위 계층(브라만)의 가문 출신인 샤무에게 한국은 또 하나의 ‘우리나라’다. “88 올림픽이 열릴 당시 TV에서 서울을 처음 접했죠. 묘하게도 ‘언젠가는 저곳에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는 그 꿈을 현실로 옮겼다. 현지 명문 공대인 비츠필라니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샤무 차장은 졸업 직후 ‘전도가 창창한’ 미국 실리콘밸리로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2년여 만에 자리를 박차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게 2001년 9월의 일이다. 그렇게 연을 맺은 한국 생활이 어느새 9년째. 능숙한 우리말로 ‘칼퇴근 못지않게 회사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도 큰 즐거움’이라는 샤무 차장은 지금도 한국행을 택한 것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회사와 가까운 경기도 분당 청솔 마을에서 부모님 권유로 사진만 보고 결혼한 아내 디피카(29), 아들 아디(4)와 행복한 코리안 드림을 그려가고 있다.

샤무 차장처럼 한국에서 일하는 인도 출신 IT 인력은 1000명을 웃돈다. 하지만 이 땅에 완전히 둥지를 틀고 싶어하는 이들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대다수에게 한국은 그저 자신의 근무 이력이나 ‘스펙’을 쌓는 코스 정도로 여겨지는 탓이다. “대략 2∼3년만 한국에서 일한 뒤 미국이나 호주·유럽으로 옮기는 게 관행처럼 돼 있습니다.” 이처럼 인도계를 비롯한 외국인 전문직조차 한국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샤무 차장이 내놓은 답은 간단했다.

인종 차별 혹은 외국인 배척 같은 ‘관념’의 문제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걸림돌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는 높다란 벽이다. 그렇다고 편하게 영어로 말하기도 어렵다. 합법적인 외국인 취업자에게조차 까탈스러운 국내 체류 조건도 큰 장애다. “한국에서 직장을 옮기거나 회사가 문을 닫아 실업 상태가 될 경우 2주 내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무조건 출국해야 합니다. 취업 유무에 관계없이 몇 년 이상 체류를 보장하는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비교하면 답답하지요.”

그럼 현지 인도인들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낯선 이웃’이라고 말한다.
“인도 전역에서 현대차ㆍ삼성ㆍLG의 활약이 대단하잖아요. 이런 한국의 대표 기업조차 일본 회사라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볼리우드(인도 영화 사업)’로 대표되는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한 탓인지 ‘한류’를 앞세운 문화적 접근도 쉽지 않다.

샤무 차장은 그래도 두 나라 관계를 급속히 좁힐 묘책이 없지 않다고 귀띔한다. “아직 인도는 일부 대도시를 빼곤 식수 문제와 화장실을 비롯한 위생 상황이 엉망이에요. 한국에서 이런 쪽에 지속적인 지원과 캠페인을 펼쳐준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이 금세 좋아질 거라 확신합니다.” 그는 돌파력이 남다른 한국인과 섬세한 인도인의 기질을 융합하면 IT뿐 아니라 섬유ㆍ바이오ㆍ건설 분야에서 전 세계를 주름잡는 ‘드림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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