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DJ-시라크, 외규장각 도서 반환 합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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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과 프랑스간의 지루한 외교 쟁점인 외규장각(外奎章閣)도서 반환 협상의 가닥이 잡혔다.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반환 완료 시점을 2001년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현재 양국간 반환 협상에 대해 두 정상은 만족을 표시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고 설명했다.

한상진(韓相震)정신문화연구원장과 프랑스 자크 살루아 감사원 최고위원이 수석대표로 나서고 있는 이른바 '전문가 회담' 의 틀과 내용을 양국 정상이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다.

전문가 회담의 내용은 ▶프랑스측이 소장 중인 외규장각 도서 2백97권 중 유일본 63권을 우리측에 돌려주는 대신▶이에 상응하는 한국 문화재를 프랑스측에 장기 임대 교류 형식으로 넘겨준다는 것이다.

朴대변인은 "실무적인 문제는 오는 11월 양국 협상 대표간 회담에서 논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다른 귀중한 문화재를 넘겨주고 외규장각 도서를 받아오는 식의 교환을 놓고 상당한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 합의는 여러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학계.문화계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약탈해 간 문화재를 대가를 주고 돌려받는 것은 또다른 굴욕" 이라고 전문가 협상 자체에 반발해 왔다.

반면 청와대측은 "김영삼(金泳三)정권 때 허술하게 처리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분명히 정리한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993년 미테랑 대통령이 서울에 왔을 때 외규장각 도서 문제를 프랑스가 양보한 것은 "테제베(TGV)를 팔기 위한 고도의 외교술로, 당시 우리 정부가 말려들었다" 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경제와 문화를 교묘히 접목하는 프랑스 외교를 지적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날 金대통령을 만난 시라크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진출을 희망하면서 부산~거제도간 민자도로(거가대교) 건설 사업에 프랑스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진국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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