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금강산을 원로시조시인 정완영씨가 다녀왔다.
백두에서 흘러내려 이곳에 와서 남북의 허리가 잘리기 전 많은 시인들이 노래했던 우리 마음 속의 보석같은 산을 꿈처럼 올라 시조 12수로 읊었다.
<다대포항을 뜨며>다대포항을>
살아온 세월만큼 긴 뱃길이 가고싶어
짐짓 부산에 내려와 다대포항을 뜬다
싣고 갈 회포가 팔십년 물길보다 더 멀다.
<온정리 내려서서>온정리>
천년 전 그날에는 내 고향이 여기거니
둘러선 이 산 이 물 누가 있어 그릴 건가
금강산 일만 이천봉 내 붓 끝에 나선다.
<옥류동 물빛>옥류동>
얼마를 흘러가야 물도 得音 하는걸까
그것도 열두구비 구비틀고 퉁소 불고
옥류동 물빛에 겨워 단풍 타오르더라.
<구룡폭포에서>구룡폭포에서>
펼쳐진 불단풍에 떨쳐 입은 흰 구름에
遊山歌 한마당이 질펀하게 쏟아진다
九天에 매달린 물줄기 만 이천봉 흔든다.
<상팔담 바라보며>상팔담>
선녀와 나무꾼이 이 절경을 열었느니
신도 눈이 부셔 그만 숨고 말았던가
하늘로 이어진 사랑이 울음으로 다 고여.
<만물상을 내리며>만물상을>
이 세상 기암괴석 만물의 相 다 모여도
하늘을 우러러서 못 찾을 像 하나 있어
어머님! 당신 생각을 업고 산 내립니다.
<유점사 옛터에서>유점사>
아무리 산이 높아도 절이 거기 없어봐라
그것이 산이겠는가 묏새 떠난 빈 둥지지
유점사 가을빛은 저물고 산국화가 탑니다.
<만폭동 洞天>만폭동>
마하연 속속들이 물소리를 다 거두고
내금강 철철넘친 하늘빛을 받아내려
만폭동 우람한 洞天이 큰 가슴을 열었네.
<해금강 바라보며>해금강>
내금강 외금강을 두루두루 지어 놓고
무슨 꿈 다시 남아 말발굽을 놓았던가
해금강 바다에 나와 총석정을 세웠네.
<비로봉 못 오르고>비로봉>
부르면 대답할 듯 비로봉이 저기인데
하늘길 못 오르고 내가 산을 내립니다
아쉰 정 남기고 가야지 산이 저기 또 남지.
<통일을 기원하며>통일을>
억만년 하늘아래 이 산 이 물 거느리고
신라, 백제, 고구려를 두루 살펴오신 산아
한핏줄 合水되는 길 너는 알고 있겠지.
<뱃머리를 돌리며>뱃머리를>
내 나이 팔십에 둘, 기약이야 없다마는
내일이 없다한들 來生이야 없겠는가
後生에 紅顔을 데리고 임 만나러 또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