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장애인 올림픽 대표들 겹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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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8일 개막하는 호주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역도에서 올림픽 금메달 4연패의 대기록에 도전하는 정금종(鄭錦宗.35.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소아마비 장애 때문에 팔뚝의 절반도 안되게 가늘어진 다리를 이끌고 이뤄낼 또 한번의 '인간승리' 가 눈앞에 있다. 鄭씨는 그러나 설렘보다 허탈감에 빠져있다.

장애인 역도 52㎏급에서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보기에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너무나 적기 때문이다.

시드니 환호의 뒤켠에 선 장애인 선수들은 악조건 속에서 오늘도 땀을 흘리고있다.

역도 대표선수인 申모(45)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시립 장애인종합복지관측으로부터 "직장을 비우는 두달 동안의 임금에서 임시직 고용으로 드는 비용을 빼겠다" 는 통보를 받았다. 좌식(坐式)배구 대표 朴모씨도 직장 월급을 포기하고 합숙 훈련에 들어왔다.

서울 광장동 정립회관을 비롯한 전국 11개의 체육시설에 흩어져 올림픽에 대비하고 있는 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는 13개 종목 89명. 이들은 정부의 열악한 지원과 국민들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장애인 체육 정책을 개선하라' 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장애인 체육예산 확충과 전용체육 시설 건립, 장애인 체육의 문화관광부 이관, 직장 안정을 위한 장애인 실업팀 운영 등을 요구했다.

역도 대표팀 주장 봉덕환씨는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유럽 국가들과 맞서 세계 10위권을 차지, 국위를 선양하는 한국 장애인 선수들에게 정부가 너무 무관심하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봉씨는 "우리 선수들은 훈련장 하나없이 각지로 떠돌며 시설을 간신히 빌려 운동하고 있으며 선수나 지도자의 처우는 일반 국가대표에 비해 너무 열악하다" 고 말했다.

장애인 체육에 책정된 정부의 연간 전체 예산은 2억8천여만원에 불과하다. 문화관광부가 체육 예산으로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액수다.

문화관광부는 장애인 체육이 복지부 소관이라며 한푼의 예산도 쓰지 않고 있다.

장애인복지진흥회 관계자는 "전에는 각계의 격려금으로 근근히 운영이 됐지만 올해는 격려금도 10분의 1 수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역도의 鄭선수는 "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무관심은 국민의 10%를 차지하는 4백50만 장애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며 일반인과 형평에도 어긋난다" 고 주장했다.

이들이 지원을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운동이 자신들에게 가져다 준 자신감 때문이다.

鄭씨는 "세살때 앓은 소아마비로 사회와 담을 쌓고 지냈지만 역도를 시작하면서 삶의 새로운 의욕을 느꼈다" 며 "대표선수에 대한 연금제 개선 등을 통해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장애인복지진흥회 02-416-7803.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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