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출하기 앞두고 꽃값 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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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7일 광주원예농협 화훼공판장에서는 꽃재배 농민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본격적인 가을 꽃 출하시기를 앞두고 가격이 연중 최저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년의 경우 여름철 꽃 비수기를 지나 9월 중순께면 통상 꽃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이날 공판장에서는 장미꽃 1단(10송이)에 상품 기준으로 1천5백원(도매가)수준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의 3천~4천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다음 달에는 가을 꽃들이 대량 나오게 돼 가격 폭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원예농협 박금수과장은 "꽃 재배면적이 다소 늘어난 데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꽃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화훼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장미꽃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다른 꽃 가격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미의 경우 연평균 송이당 2백50원 이상을 유지해야 생산원가를 건질 수 있으나 올 들어서는 1백30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화훼류 생산비의 30~40%를 차지하는 비닐하우스 난방용 기름값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올랐다.

상당수 농가들이 재배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광주시 광산구 평동에서 2천여평에 장미를 재배 중인 李모(43)씨는 "연말까지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적자 규모가 7천만원에 이를 것 같다" 고 말했다.

광산구 동곡 화훼작목반 金모(48)씨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인부들을 내보낸 바람에 중노동을 해야 하는 연탄보일러로 대체할 수도 없는 형편" 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재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화훼농가들은 정부가 어업인 수준의 면세유 지원과 물류비 보조, 최저가 보장 등의 대책을 세워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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