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거대은행 - 이통사 '모바일뱅킹 격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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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로 웬만한 은행일을 볼 수 있는 모바일뱅킹 시장에서 거대 은행이 이동통신사를 누르고 주도권을 잡았다.

이종(異種)산업끼리 모바일뱅킹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격돌했던 국민은행과 SK텔레콤이 지난 1일 'M뱅크'서비스를 시작한 것. 그동안 국민은행과 대립해온 SKT가 먼저 손을 내민 결과다.

은행과 이동통신 분야의 최대 회사끼리 손을 잡으면서 국내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말로 국내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모바일뱅킹을 통한 이체금액도 올 1분기 1조3720억원에서 2분기에는 58.1% 늘어난 2조1690억원에 달했다.

◆적에서 동지로=국민은행과 SKT의 제휴는 모바일뱅킹 시장을 놓고 벌어진 은행과 이동통신사 간의 기싸움에서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은행이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권의 대표주자인 국민은행과 이통업계의 강자인 SKT의 대립이 표면화한 것은 지난해 12월. 고객수 1900만명으로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국내 최대의 통신망을 가진 SKT는 모바일뱅킹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LG텔레콤과 '뱅크온' 서비스를 시작하자 SKT는 은행 점포 내 단말기 판매가 부당하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은행 부수업무로 모바일뱅킹 단말기를 팔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재정경제부로부터 받아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SKT가 올 3월 우리은행과 제휴해 M뱅크를 내놓고 반격에 나섰지만 6개월 앞서 시작한 국민은행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오히려 KTF와 추가로 제휴하면서 'K뱅크'로 맞불을 놨고 고객수는 더 늘었다. 결국 SKT는 국민은행과 정면 승부하는 대신 공생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주도권은 은행으로=두 회사의 제휴는 모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국민은행의 활동고객 1300만명 가운데 60% 가까이가 SKT 고객과 중복된다. 결국 두 회사는 모바일뱅킹 시장에서 제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1년간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셈이다.

한번 개통하면 좀처럼 서비스를 바꾸지 않는 모바일뱅킹의 특성도 '적과의 동침'을 가능하게 했다. SKT는 이통업계 1위면서도 모바일뱅킹에서는 국내 최대은행과 제휴한 3위 LG텔레콤에 선수를 뺏겼다. 이는 모바일뱅킹이 은행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달 말 현재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51만명으로 전체 모바일 뱅킹 이용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SKT가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이라는 원천 서비스를 은행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핵심전략과 서비스 개발을 은행이 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도 실리=이번 제휴로 SKT도 적지 않은 실익을 챙기게 됐다. 모바일뱅킹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체.조회.결제 등 데이터 통신이 늘어나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덩달아 불어나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선 이벤트 때마다 옮겨다니는 고객을 잡아두는 효과도 크다. 이달 말부터 주택청약 접수와 로또복권 판매까지 모바일뱅킹으로 할 수 있게 되면 모바일뱅킹 이용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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