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꼭 99년 뒤인 1997년 8월, 파리 센강변 도로에서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자(死者)의 ‘공개돼서는 안 될 사진’을 찍은 데서 시작한 파파라치가 산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비극까지 부른 것이다. 파파라치(paparazzi)의 의미는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가 1960년에 만든 영화 ‘달콤한 생활’에서 상류사회 여인들을 쫓는 사진기자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 부정(不正)의 의미가 담긴 절묘한 작명(作名)이다.
그런 파파라치의 변종 수십여 개가 활개치는 곳이 한국 사회다. 식파라치(불법·위해 식품 판매), 쓰파라치(쓰레기 무단 투기), 봉파라치(1회용 비닐봉투 사용), 담파라치(담배꽁초 무단 투기), 노파라치(노래방 불법 영업), 성파라치(성매매법 위반) 등 명칭부터 여간 범상치 않다. 이 가운데 요즘 급부상하는 게 학원 불법 행위 신고꾼인 학파라치다.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반년 동안 학파라치 719명이 평균 213만원씩 총 15억3000여만원의 신고 포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최고 6185만원을 받은 사람도 있으니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른 셈이다.
문제는 학생 ‘미행’과 학원 앞 ‘잠복’이 학파라치의 기본 생리(生理)라는 거다. 교육의 영역에서 오히려 불신과 밀고 풍토를 조장하는 비교육적 행태가 횡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단속 효과가 큰 것 같지도 않다. 만만한 중소학원만 겨냥하다 보니 대어(大魚)는 놔두고 피라미만 잡는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이런 학파라치를 보면서 학생들이 뭘 배울지 돌아볼 일이다.
김남중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