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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가족 정책 여성부 이관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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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정부 기능개편의 일환으로 여성.청소년.가족정책을 여성부를 중심으로 통합, 가족여성청소년부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틀과 제도적 장치를 고수하고서는 가족 해체, 결혼과 출산 기피, 사교육비 문제 등 현재의 심각한 가족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가 조직 개편의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가족.청소년 관련 기능 개편은 관련 기능 간의 연계성도 적을뿐더러 여성부의 기구 확대 필요성 차원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정치적 차원의 기구 개편이 될 가능성이 크고, 현장에서 일하는 시민단체 등에서도 크게 반발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오늘날 가족이 해체되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등의 문제는 정부의 가족정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경제정책.교육정책의 실패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에 이미 가족정책과 아동.노인 등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있음을 알고 있다. 가족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복지부에 여성 정책관련 기능을 이관하며, 양성 평등정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맡게 함으로써'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가족을 비롯한 1차 집단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가족여성청소년부 신설 발상은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보호와 선도의 대상으로, 어머니가 보살펴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소극적이고 퇴행적인 시각에서 출발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우리 청소년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대적인 가족 중심의 소극적인 보호론적 시각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하며 세계적인 추세도 이런 방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셋째,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감수성과 창의성을 기르고, 체육.여가활동을 통해 국력의 바탕이 되는 체력을 향상시키며, 국제교류.봉사활동.수련활동을 통해 전인적인 인간성을 함양하는 것은 청소년기에 경험해야 할 대단히 소중한 가치이자 자산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문화와 체육.여가를 담당하는 부처에 청소년 정책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대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우리의 경우에도 문화.체육.관광 관련부처에서 청소년정책 총괄 기능을 수행해 오고 있는데 왜 여성부에 청소년 기능을 이관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넷째, 이번 청소년 관련 정부조직 개편 때는 국민의 정부에서 청소년 육성과 청소년 보호로 청소년 기능을 이원화한 실수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1998년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그야말로 정치적인 판단으로 당시 문화체육부에서 국무총리실로 이관된 청소년보호위원회를 다시 문화.체육 관련 부처로 일원화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육성 기능과 청소년 보호 기능을 통합하면 별다른 증원 없이도 청소년청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청소년 관련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박병채 한국청소년CEO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