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자동차 표준연비 표시수치에 못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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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연비와 경제성을 고려해 K자동차의 LPG 승합차 한대를 구입했다. 자동차 대리점의 영업사원이 연비가 높은 차량이라며 적극 추천해 큰 맘 먹고 샀다.

하지만 막상 운전해보니 자동차 회사측에서 제시한 연비와 너무 큰 차이가 났다. 카탈로그 상의 연비는 16.8ℓ/㎞였지만 실제 도로를 주행해본 결과 32ℓ에 2백90㎞밖에 달리지 못했다. 연비가 9.06ℓ/㎞에 불과한 것이었다.

혹시나 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차종을 구입한 동료에게 실험을 부탁했더니 4백㎞ 주행에 44.5ℓ가 소비됐다고 한다. 즉 연비가 8.99ℓ/㎞밖에 되질 않았다. 에어컨을 가동하면 이보다 훨씬 낮아졌다.

물론 자동차 회사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카탈로그에 제시한 연비는 최적의 상태에서 실험했을 때의 수치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알아보니 이 회사는 정속주행 시험법과 평균값에 의한 시험법 등 두가지 방법을 통해 연비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제시한 연비가 소비자들의 실제 '체감' 연비와 이토록 터무니없는 격차를 보인다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다고 한들 소비자의 진정한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먹고 산다. 차 한대 더 팔기 위한 자동차 회사간의 지나친 연비경쟁으로 되레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정일.충남 천안시 직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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