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조훈현등 국가대표 선발전서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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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중.일 3국의 국가 대항전인 농심 신라면배가 은근히 고민이다.

5명의 대표중 4명을 뽑는 국내 예선전에서 조훈현9단 서봉수9단 유창혁9단이 줄줄이 탈락하는 바람에 전력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패배의 사연도 기구하다. 조9단과 서9단은 시간패를 당했다. 새로 도입된 신식 계시기 탓이다.

과거처럼 사람이 초를 읽지 않고 스스로 기계를 조작해야 하는데 젊은이들은 이 계시기에 익숙한 반면 노장들은 처음 만지는 것이어서 사고가 속출했던 것.

조9단은 15살 새내기 박영훈 초단과의 대국에서 착수를 하고 시계를 누르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시계가 매정하게 "열!" 하고 외치는 바람에 패배했고 서9단도 최명훈 7단과의 대국에서 비슷하게 졌다.

사람이라면 초읽는 도중에 마지막 1분임을 상기시키며 조금 봐주기도 하는데 기계는 그런게 없다.

농심 신라면배는 고단자든 타이틀 보유자든 아무 특혜를 주지않고 똑같은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싸우다보니 이변도 속출하여 4인방중 이창호 9단 빼놓고는 다 탈락했다.

현재까지 4개조 예선중 2개조가 끝났는데 최명훈 7단과 최철한 3단이 선발됐다. 이대회서 매번 우승한 한국은 이번엔 본의아니게 신선한 얼굴로 판을 짜게 된 것이다.

이 대회는 와일드 카드가 한 장 뿐이다. 이창호 9단마저 떨어진다면 당연히 이9단 몫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누구 몫이 될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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