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K2] '마의 산' 심술에 캠프 개척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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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구름 없는 한낮 K2 베이스캠프(해발 5천1백m)의 기온은 영상 25도를 웃돈다.

그러나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 수은주는 순식간에 빙점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7월의 한낮에도 눈발을 뿌리곤 한다.

중앙일보가 창간 35주년 기념으로 조인스닷컴·KBS.코오롱스포츠·파고다외국어학원·삼성전자와 공동 후원하는 한국 K2원정대는 대원을 2개 조로 편성해 본격적인 등반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밤에는 원정대가 베이스캠프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베이스캠프 적설량은 3㎝ 정도였지만 천지를 뒤덮은 백설의 위용은 자연 앞에 선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를 실감케 했다.

나관주(33)·박무택(31)대원과 함께 캠프Ⅱ(해발 6천9백m)에서 밤을 지새운 엄홍길(40·파고다외국어학원)등반대장은 "캠프Ⅱ에는 밤새도록 강한 눈보라가 몰아쳐 텐트를 뒤덮었다. 적설량은 10㎝ 이상" 이라고 전해왔다.

13일 아침에도 캠프Ⅱ 주변에는 눈보라가 계속됐다. ABC(전진베이스캠프, 해발 5천4백m)에 머물렀던 유한규(45·코오롱스포츠)원정대장도 "ABC에 밤새 5~7㎝의 눈이 내렸다" 고 알려왔다.

엄홍길 대장과 나·박대원으로 구성된 A조는 13일 캠프Ⅲ(7천5백m)까지 통로개척을 하고 텐트를 설치한 뒤 ABC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으르렁거리는 강풍에 실려 쏟아지는 눈보라 때문에 바로 ABC로 철수했다.

한편 유대장·한왕룡(34)·모상현(27)대원이 한 팀을 이룬 B조는 13일 정오(한국시간, 파키스탄 시간 오전 8시)2명의 셰르파와 함께 캠프Ⅱ까지 식량과 장비를 옮기면서 캠프Ⅰ(6천3백m)~Ⅱ 사이의 낡은 고정 로프 약 2백m를 보수했다.

B조는 11일 캠프Ⅱ까지 올라가 식량·장비를 저장하고 ABC로 하산, 12일 하루 휴식을 취했다.

원정대는 오는 20일까지 캠프Ⅲ(해발 7천5백m)에 모든 물자를 운반해 놓고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휴식을 취한 뒤 25일께 1차 정상 등정에 나설 예정이다.

K2=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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