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관 청문회 정치적 악용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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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는 6~7일로 예정된 신임 대법관 6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주일도 남지 않았으나 특별위원회 구성조차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여야가 특위 위원장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줄다리기하는 바람에 청문회 5일 전까지 해야 할 자료 제출과 증인 출석 요구 등 벌써부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신임 대법관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는 새로 도입된 제도다. 전례가 없고 축적된 노하우가 없는 만큼 더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할텐데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으니 실망스럽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들러리 통과의례에 그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 여야가 다툴 시간이 없다.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업무 능력과 도덕성.판결 성향.법 철학 등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업무 능력은 그동안의 공직생활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받아온 셈이라 하더라도 개인별 도덕성과 판결 성향 등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대법관이 권위와 명예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도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므로 흠결이 없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대법관 개개인의 판결 성향이나 소신.법 철학은 우리나라 사법부의 법 운용 좌표를 설정하고 미래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특히 잘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의 판결문이나 사건 처리 내역을 샅샅이 뒤져봐야 하는데 지금같은 여야 정치권의 소걸음으로 과연 6명이나 되는 대상자를 짧은 기간 안에 무슨 수로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인사청문회의 정치적 이용도 경계해야 한다. 민주당 지도위 회의에서 간부들이 "재검표 때 대법관이 불성실한 것을 짚어야 한다" 는 등 인사청문회를 마치 정치권의 사법부 견제 기회로 벼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잘못이다.

특히 여당 실력자들이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사법부에 대한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면 바로 사법권 독립에 대한 압력이고 사법권 침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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