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논리 궁색한 수수료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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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정수수료와 실제 받는 수수료가 워낙 달라 현실화하는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26일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지금보다 두배 가까이 올리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인상논리다.

건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켜지지 않는 법정요율로 인해 중개업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고조되고 있어 이번 기회에 국민과 중개업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중개수수료율 체계를 마련하려는 것" 이라고 밝혔다.

수수료를 두배쯤 올리면 '국민이 납득할' 수준이며, 중개업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나 정부안을 뜯어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있다.

우선 각종 요금 인상 때 흔히 제시되는 업계의 손익.원가 분석이 이번 경우에는 없었다.

건교부가 제시한 자료라곤 중개업소들이 소폭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뿐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법정수수료의 1.5~2배를 받는 탈법.불법을 방조하다가 이제 와 추인하는 꼴 아니냐" 는 질문에 "그 부분은 잘못된 점이 있었으나 앞으로 제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 고 대답했다.

수수료 인상 후에 중개서비스가 개선될지, 법정요율은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국토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수수료 인상에 반대하는 소비자의 74%가 이같은 우려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

건교부는 인상 후 경찰.국세청.지자체가 참여하는 합동단속반을 통해 법정요율 준수 여부를 단속하겠으며, 중개사고 손해배상책임 강화 등 서비스 개선조치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는 합동단속반이 없어 단속을 못했던가. 소비자의 신고에 의존해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소극적 자세도 여전하다.

수수료 영수증을 주고받지 않는 관행이 지속되는 한 증거가 없어 단속과 처벌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수수료를 자율화하되 중개업자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는 훈수도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정부가 부당중개행위를 제대로 단속 한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시하는 인상안을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겠느냐" (김병수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는 지적을 건교부는 곰곰 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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