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반응] "분업준비 너무 짧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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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7월 1일 의약분업은 시행하되 위반자에 대해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실무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처방전 발행이 안되고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수 없는 혼란 상황을 잠시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 송재성(宋在聖)보건정책국장은 "의사들의 폐업 등에 따른 초기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계도기간을 두자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 이라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 고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까지 전국 1만8천여 약국에 1차로 전문약을 공급하고 24일까지 완료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일부 대형 약국을 제외하곤 대부분 약국이 전문약을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5백~1천알로 포장된 약을 50~1백알로 나눠 포장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제약사들이 약의 공급 조건으로 도매상에게 담보를 요구하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문약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의사협회 조상덕(曺相德)공보이사는 " '선 보완, 후 실시' 라는 우리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며 "계도기간 중 약사법이 개정되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의협이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소병원이나 동네병원들이 그동안 대정부 투쟁을 하면서 전혀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약분업이 실시돼도 현재로서는 처방전을 제대로 발행하기도 힘들다" 고 말했다.

약사회도 긍정적이다. 약사회 원희목(元喜睦)총무위원장은 "약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준비가 제대로 안된 만큼 시간을 버는 효과가 있다" 고 말했다.

元총무위원장은 특히 "그동안 협조를 거부해온 의사들이 의약분업 지역협의회에 하루 빨리 참여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음달 15일까지 미비점을 모두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의 담보 요구와 약의 포장단위 소량화에 따른 추가 부담 등 현재 드러나고 있는 준비부족 형태들은 단기간에 풀기 어렵다.

병.의원들도 제대로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서울 서대문구 J내과원장은 "처방전 발행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데 최소한 한달은 걸린다" 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 제약사와 도매상들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의사들도 처방약 리스트를 약사들에게 제공해 약 준비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曺在國)연구조정실장은 "유예기간 중 의사협회에서 동네의원들을, 병원이 소속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약분업의 실무사항을 서둘러 교육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래야 실수할 가능성을 줄여 초기 혼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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