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씨 부부 제비와 2년째 '동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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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의 이상열(李相烈.48.농업)씨 부부는 안방에서 2년째 제비식구들과 '동거' 를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비 한 쌍이 찾아와 처마 밑이 아닌 방안 형광등 갓 위에 둥지를 튼 것.

이들 제비는 사람 바로 옆에도 예사로 앉는가 하면 신문지를 깔아주면 그 위에만 변을 보아 한식구처럼 지내는데 전혀 불편이 없다는 게 李씨의 말이다.

李씨는 제비의 자유로운 출입을 위해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방문을 열어놓는다.

지난달 25일 부화된 5마리의 새끼의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러워도 李씨 가족들은 짜증을 모른다.

오히려 새끼 제비가 무럭무럭 자라 며칠 전부터 바깥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흥부에게 복을 가져다 준 제비의 음덕인지 몰라도 李씨의 부인 김기웅(金基雄.45)씨는 8년 전 허리를 다쳐 몇년 동안 거동이 어려웠으나 지난해 제비가 날아와 한가족처럼 지내고 난 뒤 목발을 짚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더니 올해는 목발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됐다.

李씨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배변 습관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작년의 제비가 올해 또 온 것 같다" 며 "내년에 또 찾아오면 더욱 반가울 것" 이라고 말했다.

음성〓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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