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원 유료행사 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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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교육부가 학원이 주최하는 유료 영어 경시대회에 후원자로 나서고 시.도교육청은 학교에 학원 행사 참여를 독려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학교는 학생들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특히 유료행사 지원을 금지한 예규까지 어기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도 않는 초등학교 1, 2학년생에게 참가비까지 받는 행사를 후원하고 교육부 장관상까지 시상할 수 있도록 해 교육 당국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회장 文相柱)는 지난 11일 서울 등 10개 시.도교육청별로 학교를 빌려 초.중.고교생 2만여명 가량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전국 영어경시대회' 예선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학교에서 영어를 전혀 배우지 않는 초등학교 1, 2학년생을 포함해 초.중.고교생 4백여명이 1시간여 동안 영어 듣기.독해와 표현.쓰기 등의 시험을 치렀다.

아현중학교에서 열린 서울시 서부지구 예선대회에 참가한 서울 Y초등학교 1학년 金모(7)양은 "초등학교 1, 2, 3학년이 똑같이 '이 인형은 테디베어입니다' 는 영작문제 등 51개 문제를 풀었다" 고 말했다.

金양은 서울 서부교육청이 지난 5월 18일 관내 학교에 공문을 보내 "대회에 소속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 고 지시한데 따라 학교측의 추천으로 1만원을 내고 참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참가 학생들은 행사장에서 '호주 영어.골프 연수, 연수비 약 3백만원, 현지인과 영어레슨' 이라고 적힌 어학원 광고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후원하는 행사여서 '홍보' 차원으로 공문을 보냈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원연합회의 행사 안내문에는 예선대회 대상자에게는 각 시.도교육감상을, 결선대회(오는 9월 17일)대상자에게는 교육부 장관상을 시상한다고 적혀 있다.

교육부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한국학원총연합회측이 후원을 부탁해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는 각서를 받고 허락했다" 며 "주최측이 돈을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참가비를 되돌려주도록 각 시.도에 통보하고 있다" 고 해명했다.

강홍준.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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