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극복하기 ④ 부모 모두 알레르기 있다면 6개월까진 엄마 젖 먹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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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에 가면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주는데 약이 너무 독하고 계속 먹으면 내성이 생길까 두려워요.’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데 임신 중이라 약을 쓰지 못해요.’ 알레르기 질환이 근본적으로 치료되지 않으니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넘쳐난다.

가장 많은 오해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의 내성 문제다. 심지어 증세가 호전되면 금세 약 복용을 중단한다.

현재까지 나온 의약품 중 알레르기 염증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은 스테로이드제다. 하지만 이를 과다 또는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병을 만든다. 스테로이드 연고나 부작용을 최소화한 흡입제를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오해는 임신 중에 절대 약을 먹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질환이 평소보다 더 심각해져 태아의 건강까지 해치기도 한다. 천식이 있는 임신부가 태아 때문에 약을 끊으면 천식이 악화돼 태아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 또 태아에게 저산소증이 발병할 수도 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서 태아에게 안전한 약을 적절히 처방받아야 한다.

알레르기는 유전력이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자녀가 증세를 보이지 않더라도 생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하고, 이유식을 최대한 미뤄야 한다. 또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 증세를 보인다고 무조건 식단이나 집안 환경을 바꾸기보다 정확한 검사를 받아 원인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음식물로 얻는 영양소를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

많은 환자가 알레르기 질환은 면역력 저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잘못된 상식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몸 속에 침투한 이물질에 대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감염성 질환과는 완전히 병리기전이 다르다. 따라서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알레르기 질환을 개선할 수 없으며, 면역과민반응을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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