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양재호-조훈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 백 124 강수에 흑 마침내 백기

제7보 (113~132)〓쓰러질 것 같지만 좀처럼 쓰러지지 않는 조훈현 왕국은 오랜 세월 바둑계의 전설로 남게 될 것 같다.

몇번이나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만은 진정 위태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나이' 가 큰 짐이었다. 그는 웬만한 국제대회에 나가면 언제부터인가 최연장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모를까 세월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하지만 曺9단은 놀라운 저력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TV바둑선수권전에서 첫 우승컵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후지쓰배 8강전에서도 이창호9단을 꺾고 올라온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8단을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등 돌연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에게 당하고 춘란배와 잉창치(應昌期)배에서 연패한데다 바로 이 바둑에서도 패배해 왕위전 도전권마저 물건너갈 상황이 될 정도로 曺9단은 마구 허물어지는 인상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梁9단이 우상 백△에 뛰어들어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으나 결말은 의외로 싱거웠다. 122에 曺9단은 123으로 최대한 버텼으나 梁9단은 124로 젖힌 강수를 내놓았다. 이것이 결정타가 된 것이다.

응수가 궁해진 曺9단은 125로 끊어 사생결단으로 나갔으나 128에 이은 132가 침착한 호수여서 결국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도' 처럼 잡으러 가는 것은 백6까지 쉽게 탈출한다. 梁9단은 2패 후 첫승을 올렸고 曺9단은 2연승 후 1패.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