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아트센터 부관장 김선정씨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참가 작가 대부분이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을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경향과 깊이를 지닌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7일 막을 올린 '코리아메리카코리아' 전 기획자인 서울 선재아트센터 김선정 부관장(36)은 "숙제를 무사히 마친 느낌" 이라고 말했다.

'코리…' 전에는 미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진 한국계 젊은 작가 11명이 출품한 회화.조각.사진.비디오.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김부관장은 데이비드 로스(51)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관장과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다.

김씨는 로스가 미국 휘트니 미술관장을 맡고 있을 때 1년6개월간 큐레이터 실습을 해 호흡이 맞는 사이. 그는 이 전시회를 구상하던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 대사의 부인 크리스틴여사로부

터 큐레이터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지 2년2개월만에 완벽하게 매듭을 지었다.

"그동안 스폰서 문제에 신경쓰지 않고 예술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크리시틴 여사가 미국 기업의 후원을 얻어 비용문제를 모두 해결해준 덕분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기업들의 기부문화가 더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이 전시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만도 6차례. 로스 관장과 함께 작가 50명의 작업실을 방문해 11명을 최종 선정했다. 진행에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한국계 미국인만 따로 모아서 전시회를 한다는 데에 거부감을 느끼는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소수인종(한국계)이라는 특성으로 규정되는 게 싫다는 거지요. 대화를 계속한 끝에 마음을 열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대표작 뿐 아니라 새 작품을 소개한다는 방침도 걱정꺼리였다.

"알려진 작품은 괜찮지만 신작은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부담이 컸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기대 이상의 수준작이 나온 까닭이다.

"제가 생각한 전시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과 '시간의 멈춤' 이었습니다. 정체성은 현대인 모두의 화두이지요. 시간의 멈춤은 이민자의 특성입니다. 70년대에 미국으로 떠난 사람은 한국에 대한 기억이 70년대로 고정되지요. 요즘 우리가 잊고지내는 '한국적인 것' 의 내용이 오히려 기억 속에 온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그는 "워낙 좋은 작품이 많아 미국으로 유학을 계획하거나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는 작가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읽으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는 것 만큼, 노력하는 만큼 보이는 게 작품입니다." 그의 말이다.

조현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